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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 모임

엊그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어릴 때 다녔던 초등학교는 지금은 개발지구가 된 남양주시 별내동에 소재한 작은 규모의 학교다. 전체 학년이 남녀를 합쳐서 모두 한 반씩으로 구성되어 6년을 같이 해온 덕분에 초등학교 동창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하지만 갈수록 모이는 숫자가 적어지고 그중에 몇 명은 벌써  세상을 떠난 동창들도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래도 열 명 이상 모인 것 같았는데  이번 모임은 나까지 합쳐서 단지 다섯 명이었다.

모임 장소는 암미 인근에 있는 작은 호수, 오남 저수지였다. 가까이 있어도 오래간만에 가보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거기서 만추의 가을을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었다. 더구나 전에 없었던 산책길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야외 공연장까지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아담한 호수의 전경이 평화로웠고 잔잔한 호수의 색깔과 청옥의 가을 하늘이 잘 대조가 되기에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동창모임이라면 의례 전도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되어 이번에도 생각날 때마다 기도해 왔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아주 좋은 전도의 기회가 되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코로나 문제로 더 진지하게 전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 중에 한 명, 오랜만에 나온 동창이 그동안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옆에서 좋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저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귀한 믿음을 갖고 있는지 놀라웠다. 그 동창은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나를 만나려고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자기 아내가 위암 수술을 하고 전북 진안에서 요양을 하고 있고 내가 C채널에 출연한 것을 같이 보았다고 했다. 그 때 작정한 헌금이라며 두둑한 봉투를 내밀었다. 이어 또 하나의 봉투를 보이더니 “이건 내가 하는 헌금인데 아주 작은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점심값은 목사님이 낼 것 같아 보이는데 자기가 좀 내고 싶다고 했다. 이제까지 부부가 헌금을 하면서 봉투를 두 개 내는 것은 처음 봤다. 또 식사비까지 내려고 하는 모습이 어찌나 감동을 주던지, 무엇보다 그의 믿음을 볼 수 있어 더 큰 감사가 이어졌다. 

그는 식사 자리에 앉자마자 잠시 기도하더니 “여기 우리 가운데 목사님이 있는데 식사 기도를 좀 하게 하자!”고 건의를 하자 다 수긍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눈을 감지 않을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그들을 관찰해봤는데 그의 제의에 이내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는 것이었다. 비록 짧은 식사기도였지만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가! 그동안 그 동창이 그렇게 귀한 믿음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며 다시금 기쁘고 감사했다.

식사 후에 호수를 바라보며 차를 마실만한 야외 벤치를 찾았다. 배불리 먹어서 포만감이 있음에도 커피와 빵을 시켰다. 서로 동창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옛 추억을 더듬고, 이물없이 자식들 이야기도 하고 요즘 이슈가 되는 정치 이야기까지 나눌 수가 있었다. 젊을 때 술을 많이 마신 이야기들도 나왔다. 다섯 명 중에 나만 여자임에도 가족처럼 아무 격의가 없는 자리인 걸 보면 과연 어린 시절의 죽마고우들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말은 정치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믿음이 좋은 동창이 한 말이다. “여당이나 야당보다 예배당이 제일 좋은 당이야!”

코로나 이야기로 시작된 내 전도에 진지하게 반응해 주는 것도 꽤 흐뭇했다. 헤어질 때는 그들에게 내가 쓴 책 한 권과 함께 준비해간 전도지를 나누어 주었다. 믿음이 좋은 동창을 보니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둘씩 짝을 지어 전도하러 보내신 일이 생각났다. 그 동창의 역할이 너무 귀한 걸 보며 다 섭리가 있어서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나중에 그 동창이 내게 보내온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오늘의 만남 너무 즐거웠고 고마웠어요. 감사합니다! 김목사님, 목회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사해요!”